Aug 22, 2006

시노비 (忍: Shinobi, 2005)

오다기리 죠
나카마 유키에

전국시대의 일본전란시기에 막부의 은밀한 칼로써 활동하던 시노비의 두 일족은 그 막강한 술법 때문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계략에 의한 버림을 받게 되는데.

겐토스케와 오부로는 각 마을의 후계자로서 사랑을 하게 되지만, 막부의 시노비 척살의 계에 의해서 서로 목숨을 건 싸움을 하게 된다. 이 싸움을 막으려고 겐노스케는 노력을 하지만 뿌리깊은 시노비의 전통에 묶여 있는 일족들과 막부의 칼로서만 존재하던 그들의 타성은 스스로 오부로의 칼에 목숨을 끊고, 오부로에게 뒷일을 부탁한다. 오부로는 스스로 능력의 근원인 눈을 포기함으로써 막부에게서 평화를 얻게 된다는, 조금은 어이없는 결말을 가진 영화이다.

영상도 볼만했고, 배우들도 괜찮았고 소재도 좋았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영화가 평이하기만 하다.
그냥 정해진 줄거리에서 강조되는 것 하나 없이 갈등도 위기도 고민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나름대로 주목해 본 것은

시노비라 불리우는 일종의 특수집단에 묶여 있는 두 가문의 후계자 사이의 사랑이야기다.
당연 로미오와 줄리엣의 상황의 차용임에 분명하고, 괜찮은 시작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애절하지도 않고 밋밋하게만 표현되어서, 극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공감이 가지 않는다.

술법을 가진 시노비들이 과거의 전통이나 관습에 너무나 얽매여 스스로의 목숨을 포기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고 자랑스럽게 느끼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오부로의 마을을 구하기 위한 희생은 끝까지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의 운명에 순응하는 모습만을 보여준다.

스스로 지키고 발전시키는 형태가 아닌 주어진 것 속에서 스스로 단지 목숨을 부지했다는 것외에 그들은 무었을 원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차피 평화의 시대에 그들은 필요가 없음을 알았다면 차라리 도피하거나 맞서 싸우는게 당연하지 않을까?

그들의 문제는 스스로 생각을 못한다는 것이다. 흐르는 시간의 굴레에 묶여 있고, 존재가치에 대한 의문이 없기에 그들은 스스로의 목숨을 결국 구걸밖에 못하는 것이다. 켄노스케 역시 목숨을 포기함으로써 의미없는 싸움의 종식을 원하는 것이 전부이다.

사랑도 생존가치도 이들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어져버린다. 그들이 가진 시간과 관념의 굴레속에서는 단지 지나간 사랑의 추억과 망자들의 죽음을 슬퍼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모습이 슬프긴 하다.

초반부에서 보여주려고 한 것들과 캐릭터의 독특함 그리고 이야기의 모든 흐름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이해할 수 없는 운명이란 것에 대해 진정한 고민이 결여되면서 모든 걸 잃어버리는 느낌이다.

차라리 아예 액션 판타지로 갈려고 했으면 그쪽에 치중을 하던지, 사랑에 촛점을 두던지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오다기리 죠는 이 영화에서는 좀 많이 실망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나카마 유키에는 그녀가 표현해야 할 사랑과 마을 사이의 갈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느낌이다.

뭐 그래도 비주얼 적인 부분에서는 재미있게 보았다.
쉬운주제가 전혀 아닌, 그것도 세가지 정도의 주제를 다 표현하려다 하나도 잡지 못했다.
사랑,
관념,(시노비로서의 삶, 막부와의 관계, 양 가문의 갈등 등에서 비롯되어지는)
그리고 생존이라는 부분을 슬쩍 여기저기 찔러본 듯한 느낌만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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