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란 이름만으로 많은 기대를 했던,
그리고 남들에게 찬사(?)를 받았고,
한국흥행1위의 작품.
참으로 많은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 작품이지만,
정말 별로인 작품이다.
나중에 한 번 더 보고 덧붙이다 보면 생각이 바뀔런지도
모르지만 이건 아니다.
그의 작품은 퇴보하고 있다.
그의 최고 작품은 플란더스의 개이다.
살인의 추억은 첫 작품에 비해 규모가 조금 커졌고,
흥미를 끌 수 있는 여러 요소가 더해지면서
그를 충분히 알리게 한 작품이긴 하다.
그러나 괴물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키고,
괴물 CG에의 막대한 투자, 그리고 그 배급과
흥행력외에는 수준이하의 작품이다.
물론 내가 간과하고 있는 몇몇 요소는 분명히 있다.
그는 여전히 한국정부와 사회를 조롱하고 있으며,
미국을 적대시하는 일부시각을 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가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긴 한다.
그러면서도 아니라고 말하는 영화계의 이중적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 아쉬울 수 밖에 없긴 하지만.
김기덕이 했던 괴물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공감이
갈 정도이다. 물론 시간이 아주 훌륭한 작품이라고는
역시 생각지 않지만 괴물에 비해선 충분히 훌륭하다.
이 영화에서 인상깊었던 것,
그것은 오로지 변희봉에게서만 나온다.
인생의 다양한 역정을 경험한 아버지이자 선배,
그리고 가장으로서 보여주는, 이제는 지켜볼수 밖에 없는
그러나 여전히 모든 것을 지탱하고 있는 그의 모습과 연기만이
이 영화에서는 빼어나다.
(물론 플란더스의 개에서 개를 잡아먹는
그의 연기가 더 훌륭하다)
솔직히 엉성한 스토리와 뭔가 핀트가 맞지 않는
구성, 그리고 모두를 주인공으로 하는 듯한 멀티타이틀롤은
영화의 집중을 방해하고, 주연으로서도 조연으로서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심장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을 주인공으로
하려는 의도이기도 하겠지만,
한국, 그리고 서울을 상징하는 한강,
거기에서 매점을 하는 한 가족,
실패한 가족원들,
이 모든 것은 한국을 은유하는 장치들일 것이다.
그 한강에 돌연변이 괴물이 서식한다.
모 연구소에서 방류한 유독물질로 인해서 말이다.
거기에 휩쓸리는 한 가족,
그러나 방치되는 희생자들,
거기에 반발 직접행동을 하는 가족들.
돌연변이 괴물은 갑자기 바이러스의 숙주인
호스트로 둔갑을 해버리고,
이것 역시 연상할 수 있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
어릴때의 고생으로 뭔가 모자라는 큰아들,
시위경력으로 인하여 백수인 작은 아들,
큰 경기에 약한 양궁 선수 막내 딸.
가족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딸, 손녀, 조카,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 있는 가장,
소재 자체는 훌륭하다.
그러나 그것을 잘 버무리지 못한,
아니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 하지 못한 영화이다.
일단은 그런 생각이다.